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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유래’로 살펴본 욕설...낱말 이면의 의도를 살펴라
‘문법·유래’로 살펴본 욕설...낱말 이면의 의도를 살펴라
  • 조영서
  • 승인 2023.09.1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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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서평단이 간다_ 『제기랄, 이런!: 욕설의 인지신경언어학』 | 한울아카데미 | 벤저민 케이 버건 지음 | 나익주·나경식 옮김 | 392쪽

<교수신문>은 한국출판협동조합과 함께 ‘대학생 서평단이 간다’를 시작합니다. 대학생들의 독후감을 통해 다양한 책의 내용과 메시지가 좀 더 쉽고 생생하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평소에 욕설을 자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가? 욕설을 사용함으로써 본인이 나쁜 말을 쓰고 있고 이러한 말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욕설이란 무엇이며 이것의 유래가 어디서 나온 것이고 어떠한 욕설이 상대방의 불쾌감을 유발하고 우리가 욕설에 불쾌감을 왜 느끼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제기랄, 이런!: 욕설의 인지신경언어학』의 저자 벤저민 케이 버건은 욕설이란 무엇인가에 관하여 본질적인 의미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이 책은 영어 욕설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욕설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이것들이 어떻게 욕설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모든 언어와 모든 문화에서 예외 없이 공유하는 진정으로 보편적인 상말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유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언어에는 상말이 있다. 그래서 만일 상말이 여러 언어에서 발견되는 다른 경향과 비슷하다면, 즉 여러 언어가 상말을 보유하는 경향이 있고 이 상말이 특정 영역으로부터 도출되는 경향이 있다면 세계 언어의 역사는 얼핏 유사하게 보이는 상말을 생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똑같은 상말은 없더라도 언어에 대한 금기의 범주가 비슷한 상말은 존재한다. 

 

욕설의 패턴과 그 이유를 연구

우리는 평소 욕설을 사용할 때 문법을 지키면서 사용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욕설이니까 그냥 자신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욕설은 상말이자 비문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아니라 욕설이 어떠한 문법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왜 이러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연구를 한 책이다. 예를 들어서 영어의 단음절 비속어는 다른 영어 낱말보다 t나 k와 같은 폐쇄 자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상당히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욕설과 상말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언어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말로 하는 표현 말고 수어로도 욕설과 상말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말 통로와 손 통로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말로 표현하는 욕설보다 손으로 표현하는 욕설이 자의성이 더 낮다. 따라서 중의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어서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 

우리가 보통 욕설에 관한 책을 읽게 되면 욕설은 나쁘고, 사용해서는 안 되고,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많이 읽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부분에 관하여 적지 않고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욕설의 유래나 문법, 속성들에 관하여 밝힌다. 오히려 욕설이 나쁘다는 것에 대하여 반박하기도 한다. 어린아이에게 욕을 들려주거나 욕설을 하는 것이 나쁜 일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자신이 듣고 있는 것이 욕설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가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어린아이에게 욕설이 나쁘다 아니다를 누가 판단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상말을 제시할 때 그들이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것은 상말이 해를 끼친다는 것을 결코 암시하지는 않는다. 상말이 공격성 증가를 초래하거나 정상적인 감정반응을 둔감하게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견해이다. 실제로 욕설이 영향을 미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상말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지녔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진짜 연약함은 상말의 유해한 영향을 믿는 쪽으로 쉽게 기우는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다. 

욕설이 사용된 문법과 맥락, 이면을 분석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욕설은 단지 피하기만 할 것인가

실제로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욕설이 나오면 그 부분을 '삐'소리로 변환시켜서 들리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부분에 어떠한 욕설이 사용되었는지 알고 있다.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욕설을 회피해야 할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욕설이 좋지 않은 말임은 맞으나,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핑계로 욕설을 막아도 이미 아이들은 욕설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부분이 욕설이 나온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설을 사용하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 이유를 알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욕설을 회피로 욕설을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러한 말이 나온다. “절대로 낱말의 어느 것도 그 자체만으로 잘못은 결코 없다. 이들은 단지 낱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맥락이고 사용자이다. 낱말이 선하거나 악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낱말 이면의 의도 때문이다. 이러한 낱말은 완전히 중립 되며, 아무런 죄가 없다.” 

단어는 단지 단어일 뿐인데 우리가 그것의 선과 악을 정해서 회피하며 속된 말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욕설은 욕설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똑같은 단어이므로 문법과 유래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욕설을 비문으로 폄 할 것이 아니라 언어적 관점에서 하나의 단어로 바라보고 상대방에게 사용하면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단어이므로 신중히 사용하여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가르쳐 준다.

조영서
대학생 서평단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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