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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모노노아와레
한과 모노노아와레
  • 김재호
  • 승인 2024.03.29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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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태 지음 | 이학사 | 786쪽

‘한’은 어떻게 한국의 미의식으로 자리매김되었는가?
일본인은 왜 작위의 미를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여기는가?
이제 한일 미의식의 산책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보자

아름다움에는 양면성이 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작위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한국인에게 자연은 오래전부터 일상 속에 들어와 일상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가령 전통적인 한옥은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마루는 그대로 마당과 연결되어 있고, 방 안에서도 문짝만 열면 낮은 울타리 너머 바깥의 산야가 그대로 내다보인다.

자유분방하고 단순한 분청사기의 문양, 혹은 비대칭의 일그러지고 무덤덤한 백자달항아리의 형태는 처음부터 인공적인 완성의 미학과는 무관해 보인다. 반면 일본인들은 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돌과 모래로 물을 표현하는 돌정원에서 대자연을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일본 다인(茶人)들은 다기의 손잡이 하나를 일부러 떼어내고 거기서 와비(侘び: 불완전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미의식)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일본 도공들은 일본적 도자기를 창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릇을 왜곡된 형태로 빚어낸다.

이런 인공적인 노력은 강박적으로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진다. 손을 대서 꾸미고 다듬고 조작한 것을 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물음 중 하나이다. 무엇을 자연이라고 여기는가의 차이가 곧 한일 미의식의 가장 큰 차이를 구성하는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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