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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은 단순 유입 아니라 관계”...지역주도 거버넌스로 바꿔야 산다
“이민은 단순 유입 아니라 관계”...지역주도 거버넌스로 바꿔야 산다
  • 장임숙
  • 승인 2025.11.2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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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 국가성장 전략이다 ㉓
한국이민정책학회·교수신문 공동기획

지방정부가 직접

이민자를 선발하고

지역이 그들을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제도의 의미가 살아난다.

한국의 지방소멸은 더 이상 미래의 위기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와 수도권 집중이 맞물리면서 지방의 공동화는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 2025년 가을호의 ‘지방소멸 2025: 신분류체계와 유형별 정책과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3천616개 읍면동 중 비수도권 도(道) 지역의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심각단계에 해당하는 읍면동의 비중도 40%를 넘어섰다. 비수도권 도 지역의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제 지방소멸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올해 3월, 이력서를 작성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경북도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에 참여할 외국인을 2026년 9월 30일까지 상시 모집한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지역에 필요한 외국인에게 비자 특례를 부여해 지역사회 정착을 장려하고 지역 경제활동 촉진과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6곳 실시된

지역특화형 비자제도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외국인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이민정책, 이른바 ‘지역비자제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2년 인구감소지역의 외국인 유입과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특화형 비자제도’를 도입했고, 사업 지역은 2023년 28곳에서 2024년 66곳으로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광역단위에서 추진되는 ‘광역형 비자’ 제도까지 신설되면서 지역기반 이민정책의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제도의 방향성과 실효성을 논의하는 데 있어 캐나다의 사례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캐나다는 헌법 제95조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이민정책의 권한을 공유하지만, 1970년대까지는 사실상 연방정부가 전권을 행사했다. 그로 인해 이민자의 대다수가 온타리오, 퀘벡,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정착했고, 특히 토론토·몬트리올·밴쿠버 등 대도시권으로의 집중이 심화됐다.

이에 캐나다는 1990년대 중반, 이민자의 대도시 집중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방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부 추천프로그램(Provincial Nominee Program, 이하 PNP)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각 주정부가 지역의 산업구조와 인구 여건에 맞추어 이민자를 선발하고, 연방정부가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즉, 연방이 이민의 ‘문’을 열면 주는 ‘누가 들어올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성과는 뚜렷했다. PNP의 도입은 온타리오, 퀘벡,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3대 주에 집중되던 이민의 지역적 분산을 유도했다. 예컨대 온타리오주의 신규 이민자 비율은 2000년 60.9%에서 2019년 41.8%로 감소했으며, 매니토바와 서스캐처원은 같은 기간 이민자 유입이 5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앨버타, 노바스코샤, 뉴브런즈윅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민자 유입이 증가했다. 특히 주별 신규 이민자의 정착 유지율은 연방정부 이민프로그램인 연방기술인력프로그램(FSWP)이나 캐나다경험이민(CEC)보다 대부분 높았다. 

 

고용주가 이민자 정착과

통합을 직접 지원

PNP의 성과는 2017년 애틀랜틱 이민프로그램(Atlantic Immigration Program, 이하 AIP)으로 이어졌다. 애틀랜틱 캐나다의 4개 주는 이민자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고 정착 유지율이 낮았으나, AIP는 고용주가 이민자 가족의 정착과 통합을 지원하는 ‘고용주 주도 모델’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착 지원 서비스는 이민자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AIP 시행 이후 노바스코샤의 이민자 정착률은 3배 이상 상승했고, 지역 기업의 고용 안정성도 크게 개선됐다.

캐나다는 2019년 농촌과 북부지역으로 제도를 확장해 농촌 및 북부 이민파일럿(Rural and Northern Immigration Pilot)을 도입했다. 커뮤니티가 직접 이민자를 추천하고 지역의 시민단체와 고용주가 정착을 돕는 구조다. 이민정책의 운영 주체가 연방에서 주정부로, 다시 고용주와 지역 공동체로 이동하면서 이민이 국가정책에서 지역정책으로 진화했다.

결국 캐나다가 선택한 핵심 전략은 ‘분권형 이민 거버넌스’다. 중앙정부는 제도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 지방정부와 지역사회는 제도 운영과 정착 지원을 맡는다. 지역은 자율적으로 이민자 선발 기준을 완화하거나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 유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이민정책의 주체가 다원화되면서 이민이 ‘정책’에서 ‘관계’로, ‘유입’에서 ‘공존’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제 한국도 비슷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역비자제도는 단순히 인력난을 메우는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사회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직접 이민자를 선발하고 지역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제도의 의미가 살아난다. 따라서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형태의 자율적 모델로 발전해가야 한다.

또한 정부 간 협력과 지역 민관 거버넌스의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는 연방정부, 주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자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 역시 중앙–지방 간 협력뿐 아니라 지역의 기업, 대학,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지역

이민정책 인프라 필요

이와 더불어 데이터 기반의 지역 이민정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캐나다 통계청은 장기이민데이터베이스(Longitudinal Immigration Database: IMDB)를 통해 주별 이민 동향과 장단기 이민 추세를 분석하여 정책에 반영한다. 한국도 지역 단위의 실태조사와 정기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 앞으로 지역의 이민 동향과 이민자의 정착 및 유지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지역 단위 이민 통계 구축을 통해 데이터 기반 이민정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지역비자제도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 숫자도, 제도도, 평가도 미비하지만 방향은 옳다. 캐나다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민은 지방소멸의 완벽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다.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지역이 주도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품을 때 이민은 인구 유입의 수단을 넘어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형 지역비자제도가 그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임숙
국립부경대 공공정책연구소 전임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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