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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요구하는 문화가 새로운 사유 가로막아”…AI 시대 ‘무위와 침묵’의 가치
“소통 요구하는 문화가 새로운 사유 가로막아”…AI 시대 ‘무위와 침묵’의 가치
  • 임효진 기자
  • 승인 2025.12.0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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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교수, 고려대 공과대학서 1일 강연
​​​​​​​‘AI 시대 인간의 조건과 인문학적 사유의 중요성’ 주제로

학제 간 융합이 교육과 연구 전반에서 보편화되는 가운데, 그 흐름은 학술대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공과대학 학술대회에서 인문학자인 한병철 교수가 강연을 맡았고, 현장은 열띤 반응으로 이어졌다.

지난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고려대(총장 김동원)는 개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공과대학 특별 초청 학술 주간’을 열고 공학과 인문학의 접점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기술이 일상을 바꾸는 시대에 인간다움의 회복과 미래 교육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병철 교수는 “행위의 목적을 위한 기쁨이 아닌 ‘존재 자체의 기쁨’을 회복하는 삶이 필요하다”며 “목적 없는 행위, 침묵의 시간, 명상의 공간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하고 창조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사진=고려
한병철 교수는 “행위의 목적을 위한 기쁨이 아닌 ‘존재 자체의 기쁨’을 회복하는 삶이 필요하다”며 “목적 없는 행위, 침묵의 시간, 명상의 공간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하고 창조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사진=고려대

특히, 1일에는 학술 주간의 마지막 행사 특별 강연자로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독일 베를린자유대, 고려대 금속공학과 졸업)가 초청돼 ‘AI 시대 인간의 조건과 인문학적 사유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 교수는 현대 기술문명을 ‘성과주의’와 ‘긍정성의 과잉’으로 규정하며 “효율과 속도의 논리가 인간의 감각과 사유, 휴식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위(無爲), 침묵, 관조의 회복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려대 공과대학 재학 시절 철학으로 전향한 경험을 소개하며, 목적 중심의 삶을 넘어 인간 고유의 깊은 사유와 성찰, 즉 HI(Human Intelligence)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행위의 목적을 위한 기쁨이 아닌 ‘존재 자체의 기쁨’을 회복하는 삶이 필요하다”며 “목적 없는 행위, 침묵의 시간, 명상의 공간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하고 창조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소통을 요구하는 문화가 오히려 새로운 사유를 가로막고 있다”며 “침묵할 자유와 사유할 시간을 회복할 때 인간은 타자와 세계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신호진 학생(통계학과 25학번)은 “목표와 과제로 가득한 시대에 ‘비움과 쉼’, ‘사유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일깨워준 강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연 이후에는 한충수 이화여대 교수(철학과), 장태순 한림대 교수(철학과) 등 각계 석학들이 참여한 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졌다. 이번 학술 주간은 고려대가 추진하는 ‘넥스트 인텔리전스(Next Intelligence)’ 비전의 일환으로, 공학과 인문학 융합을 통해 창의성과 인간다움을 갖춘 인재 양성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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