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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미술실
국경 없는 미술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6.02.1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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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 지음│차츰│272쪽

유명 학군지 고등학교에서 미술 초빙교사로 근무하던 한 교사는 높은 전근 점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교사들이 가장 꺼리는,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는 ‘국경 없는 마을’ 안산의 한 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떠밀리듯 흘러간 그 학교는 전교생 90퍼센트 가까이가 이주 배경 청소년이었다.

입학식 첫날부터 교실의 모습은 상상을 빗나갔다. 외국어 이름에 다른 국적을 가진 아이들은 ‘모국의 얼굴’로 앉아 있었고, 영어로 말을 붙여야 할 것 같은 흑인은 한국어가 유창한 한국 국적 아이였다. 아이들이 일제히 말하기 시작하자 알아들을 수 없는 몇몇 외국어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생김새와 언어만으로 누군가의 나라를 짐작하는 일은 무의미했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다문화’의 범주는 협소했다.

이 책은 국공립학교 교사이자 화가, 그림책 작가인 신경아 교사가 다문화 중학교에 부임하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룬다. 그 안에는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려 애쓴 한 교사의 노력, 언어 없이 ‘예술’로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아간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동시에 ‘다르다’는 편견과 선 가르기를 번번이 마주해야 하는 아이들을 말없이 바라본 교육자의 다정한 시선이 담겨 있다. 누구나 경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눈앞에 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으면 세계는 넓어질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책 제목은 신경아 교사가 ‘예술’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하도록 도운 미술 수업의 이름과도 같다. 언어도 국경도 중요하지 않은 그들의 수업은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이 가능하리라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이주 배경 청소년 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사회적 감각이 무엇인지도 넌지시 알려준다.

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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