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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의 전성시대는 지금부터다
무속의 전성시대는 지금부터다
  • 한민
  • 승인 2025.10.07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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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미신 한국③
한민 문화심리학자

무속은 현대인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공감과 정서적 지지 역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여 불안이 크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이러한 무속의 속성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소지가 크다.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 광고 심리학을 입다, 가족이 제일 어려워, ‘예술, 심리학을 만나다’, ‘심리학, 마음을 재다’, ‘잠을 잊은 그대에게’, ‘상담의 기술’, ‘심리학, 감정을 파헤치다’, ‘한국 청년들의 무기력’에 이어 열여섯 번째 주제로 ‘미신 한국’을 다룬다. 한민 문화심리학자의 세 번째 글이다.

한국의 종교인구는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전체 인구의 57%에 달했던 종교인구는 2023년 현재 36.6%로 줄었다. 종교별로 살펴보면, 2004년 21.6%에 달했던 개신교 인구는 2023년 15%로 줄었고, 26.7%였던 불교는 16.3%로, 2012년 10.1%를 기록했던 천주교 인구도 2023년 현재 5.1%를 기록했다. (한국성결신문)

특히 2030 청년세대의 종교인구는 다른 세대에 비해 하락 폭이 높아 1998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2004년에는 19~29세와 30대 종교인구가 각각 49%, 52%였으나, 2022년에는 19~29세가 19%, 30대는 25%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통계로 보면 한국에서 전통적인 종교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종교가 있다. 바로 무속(巫俗)이다. 공식 종교로 분류되지 못하기 때문에 종교 통계에서도 잡히지 않는 한국의 전통 종교다. 2025년 현재 한국의 무속인 수는 80만 명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 20만 명에서 네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조사기관과 통계에 따라서는 100만 명에서 200만 명을 보고하는 경우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신당을 열고 무업을 하는 무당은 40만에서 60만 정도로 추정된다. 

그 수도 수려니와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무속과 무당에 대한 인식이다. 2023년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에 등장하는 무당 화림과 봉길의 패션은 이전의 무당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가죽 코트에 구두, 문신에 헤드폰을 갖춘 신세대 무당들은 힙한 한복에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굿을 한다. 「신들린 연애」처럼 젊은 무당들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귀궁」, 「견우와 선녀」 등 개봉하는 영화와 드라마에도 무속과 무당이 중요한 스토리 라인을 차지한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 액을 물리치는 수호 호랑이,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성의 불안을 피하고 복을 기원하는 욕구가 있다. 「까치 호랑이(작호도)」.

미지의 미래와 무속의 귀환

무속은 바야흐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현재의 한국인들은 무속을 더 이상 경원시하지 않는다. 조선시대부터 음사(淫事)로 규정되었고 일제 강점기와 현대 사회 들어서도 계속해서 미신이라 탄압받았던 무속이 과학기술이 정점에 도달한 2020년대 들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 정치권과의 추문에 얽히면서 무속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작금의 무속이 20~30대 청년들을 필두로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람들이 무속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의 증가다. AI와 로봇으로 변화하는 산업구조, 불안한 국제 정세, 현실화된 기후 위기…. 어떻게 봐도 지금은 삶을 계획하고 안정적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그에 따라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는 이들 역시 급증하고 있다. 정신의학과 임상 및 상담심리학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무당을 찾는다. 

여기에는 콘텐츠로 접한 무속의 친숙함을 뛰어넘는 문화적 욕구가 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는 사람도, 정치인과 경제인, 심지어 과학자와 학자들도 무당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점집을 찾는 사람들은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이다. 새로운 사업이 잘될지, 다음 선거는 어떻게 될지, 언제쯤 취업이 될지, 언제쯤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을지 등 지금 내 마음을 힘들고 어렵게 하는 이유는 미래에 있다. 

정신과나 상담소의 선생님들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은 알려주실 수 있지만 미래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등 기성 종교의 가르침은 신도들의 의문에 즉답을 내리는 데 있지 않다. 이 점이 무속이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운의 흐름을 활용한 통제감과 기대

무속은 무당을 매개로 신(神)이 직접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종교다. 무당은 신께 사람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전하고 신은 무당의 입을 빌어 답을 내린다. 물론 그 답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이유는 통제감에 있다. 

사람에게는 통제감의 욕구가 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의 환경과 주변을 통제할 수 있어야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 미래가 불안할 때 사람들은 통제감을 상실하게 된다. 사람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심각한 좌절과 우울을 경험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일뿐만이 아니다.

무당들은 정확한 미래를 알려주지 않는다. 콕 집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잘된다고 알려주기보다는 ‘언제쯤 무슨 운이 들어오니 어떤 종류의 일을 해 보는 게 좋겠다’라는 식의 조언을 준다. 그러면 의뢰인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 무속인들의 말을 대입해보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러면서 불안을 해소하고 잃었던 통제감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이어진다. 심리학이 그간 밝혀낸 바처럼 매사 긍정적인 태도로 살면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커진다. 또한 그러한 시도들이 그다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것이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이유이자 현대 사회에 무당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공감과 위로, 현대인의 결핍을 채우는 무속

무속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신과 사제, 신도와의 관계에 있다. 무당들은 의뢰인(신도)들이 처한 처지와 겪은 일들에 같이 화내고 같이 슬퍼해 준다. 그들이 모시는 신들도 마찬가지다. 손주 걱정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때로는 인자하게 때로는 등짝도 한 대 때리면서 신도들과 살을 맞대는 신의 모습은 기성 종교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성 종교에도 훌륭한 사제들이 많이 계시지만 한 개인의 아주 소소한 문제에까지 이토록 일일이 반응하고 기도해주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신과 사제, 신도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무속은 가능하다. 무당을 찾는 이들은 이러한 관계에서 많은 위로를 얻는다. 현재의 상담자와 내담자 관계를 생각해보면, 정신과에서도, 상담소에서도 얻기 어려운 종류의 위로다. 무속은 현대인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공감과 정서적 지지 역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여 불안이 크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이러한 무속의 속성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소지가 크다.

양과 음, 서로 다른 색의 조화가 우주의 질서를 이루듯, 무속은 갈등과 대립, 삶의 혼돈 속에서 화해와 통합의 길을 보여준다. 그림=챗GPT

무속이 여는 화해와 통합의 문화

무속의 잠재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무속의 진정한 의미는 화해에 있다고 말한다. 무속에서 바라보는 인간 세상의 문제들은 이해하고 달래어 풀 수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아무리 악한 귀신이라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달래면 물러가고, 아무리 깊은 원(怨)과 한(恨)이라도 풀 수 있다. 또한 굿의 마무리에는 잡귀들까지도 한 상 잘 차려 먹이고 춤과 노래로 신나게 놀며 하나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고 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는 요즘, 무속의 진정한 역할이 시작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 넷플릭스와 빌보드를 장악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세계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K-팝의 기원을 한국 무속에서 찾고 있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서 어둠을 떨쳐내고 사람들 사이를 이으며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던 무속은 이제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무속을 100% 정당화하는 데 있지 않다. 무속이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문화 현상의 이해는 중요하다. 비과학적이라고, 미신이라고, 엄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무시하는 것이 과학을 한다는 이들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한민 문화심리학자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을 거쳐 심리학 작가와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한국 문화와 한국인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그 때문에 멸종위기에 몰렸지만, 그 덕분에 독보적(?) 지위를 선점했다. 『도대체 한국인은 왜 그럴까』, 『한국인의 부자유전자』,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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