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민정책학회·교수신문 공동기획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통계가 아니라 인식이다.
사실 기반으로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걷어내야 한다.
한국사회는 이미 ‘이주 사회’로 접어들었다. 2020년 이후 총인구가 5천180만 명에서 2024년 5천121만 명으로 줄어드는 동안, 같은 시기 체류 외국인은 인구의 3.8%에서 5.2% 수준으로 비중을 넓혀 왔다. 이민·이주 관련 장기 체류외국인 역시 2020년 161만 명에서 2025년 204만 명 안팎까지 확대되어, 인구 감소 사회에서 이주는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이 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주민 증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위협’ 프레임에 갇혀 있다. 지난해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에서 “이주민이 증가하면 범죄문제가 악화될 것”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51.4%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이주와 치안 불안이 쉽게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동포 차철남이 4건의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고, 온라인 상거래업체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배후에 중국 국적 전직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개별 사건의 맥락을 넘어 특정 국적 이주민을 구조화된 ‘위협 집단’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징화는 2025년 이후 반복되는 외국인 혐오 집회와 결합해, 이들을 한국사회 안전과 질서를 위협하는 일종의 ‘위험 계급’으로 인식하며, 결과적으로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증오범죄 확산 우려를 언급한 바 있다.

이주민 범죄 인식과
현실의 괴리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이주민과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주민 범죄 증가’ 현상이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는 언론, 학계,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도 활발히 논의되어 온 주제이다. 흥미롭게도 한국보다 먼저 이민사회로 진입한 국가의 연구들 역시 인식과 간극이 있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마르티네즈는 미국에서 1세대 이민자가 많은 지역의 범죄율이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낮았다고 제시하였으며, 레이바는 칠레의 이민자 수 증가와 범죄율 증가 사이의 통계적 유의미성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이주민의 강력사건 보도와 사회적 담론과는 달리, 실제 통계와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경찰청의 범죄정보관리시스템과 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를 토대로 외국인 범죄 현황을 파악했다.
첫째, 외국인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가? 외국인 피의자는 2021년 2만9천450명에서 지난해 3만5천296명으로 분명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만을 근거로 ‘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실제로 국내에 거주·체류하는 외국인 규모가 확대되면 인구 규모에 비례해 범죄 통계상 사건 건수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에 비해 지난해에 체류 외국인은 18% 증가했고 같은 시기 외국인 피의자는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외국인 범죄 증가 현상은 단순한 수치의 증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외국인 인구 자체가 확대된 구조적 변화의 영향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외국인의 범죄율은 전체 범죄율보다 높은가? 한국 사회에는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높다”라는 담론이 형성돼 있는데 2021년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에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 범죄가 증가할 거라는 응답이 41.5%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 22.5%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를 통해 살펴본 결과 2014~2023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전체 범죄율과 외국인 범죄율 추이는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구 10만 명당 범죄율(3천120건)은 외국인 10만 명당 범죄율(1천384건) 대비 약 2.25배 높다. 즉 외국인 범죄율은 전체 범죄율 대비 0.44배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이 범죄에 더 많이 연루된다는 인식은 통계자료에 뒷받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외국인 범죄 급증’ 담론이 반복되는 이유는 사실 여부를 떠난 사회적 낙인, 미디어 프레임 등과 연관될 수 있을 것이다.
체류 규모가 만든
중국인 범죄 착시
셋째, 한국 사회에는 ‘중국인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말 그럴까? 통계상 중국인은 확실히 외국인 범죄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범죄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체류 외국인 국적별 인구 1천 명당 범죄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16.8명 수준으로 우즈베키스탄 20.7명, 필리핀 19.6명보다 낮으며 베트남 12.8명 태국 11.7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체류인원 대비 범죄율로 환산할 경우 다른 나라와의 격차는 줄어들거나 역전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는 실제로는 ‘가장 많이 체류하는 집단’이라는 이주 구조의 반영인 셈이다.
넷째, 외국인의 범죄 유형은 다를까?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저지른 살인사건 등 강력 범죄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외국인과 전체 범죄 유형을 비교하면 본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두 집단 모두 사기 등 재산범죄와 폭력 범죄(폭행, 상해)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조직폭력배나 약물 범죄 등 특정 범죄 유형에서만 외국인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범죄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이주민들의 경제적 지위, 고용 구조, 사회적 위치와 관련된 구조적 요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 공포가
사회통합을 해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범죄를 덜 저지르는 현실 속에서 이들을 더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을 막연한 공포와 편견의 틀 속에서 바라볼 때,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혐오의 확산으로 귀결될 수 있다. 왜곡된 인식은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는 일자리·복지·치안 등 일상적 문제를 둘러싼 불신과 긴장을 증폭시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재생산되는 시선은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 폭력’으로 작동하여, 보이지 않는 폭력, 미세 공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험은 이러한 경고를 잘 보여준다.
프랑스에서는 오랜 기간 이민자 집단이 주변부 주거지에 밀집된 채 교육·고용에서 구조적인 배제를 겪고, ‘문제 집단’으로 호명되면서 이들에 대한 혐오가 누적됐다. 그 결과가 2005년 교외 소요와 2023년 나엘 사건 이후의 대규모 폭동으로 분출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독일 역시 난민·이주민에 대한 혐오 선동과 왜곡된 범죄 담론이 특정 지역에서 극우 세력의 동원을 촉진하면서, 이주민 거주지를 겨냥한 방화와 폭행 등 증오범죄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사회적 비용을 키운 사례가 반복됐다. 이 두 사례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결국 폭동·증오범죄·정치적 극단주의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에 되돌아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이주 사회로 이행하는 현재의 국면에서 필요한 것은 이주민을 사실과 다르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기보다, 객관적인 범죄율과 구조적 조건을 토대로 정책을 설계하고, 언론과 정치가 자극적 프레임 대신 책임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지역사회에서 상호 존중과 반혐오 교육을 강화할 때, 이주는 갈등과 공포의 원인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경제·문화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자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통계가 아니라 인식이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걷어내고 사실에 기반한 이해로 나아갈 때, 비로소 다양성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로의 발전이 가능하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이며,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윤영
한라대 운곡프론티어교양대학 교수
범죄 및 일탈 사회학 전공
번역 제공
